[지역소멸 대안, 청년·문화가 뜨는 로컬콘텐츠가 답이다] ⑥‘소멸가능’ 도시마구, 젊은 여성 친화정책 인구 증가 도시 탈바꿈
[지역소멸 대안, 청년·문화가 뜨는 로컬콘텐츠가 답이다] ⑥‘소멸가능’ 도시마구, 젊은 여성 친화정책 인구 증가 도시 탈바꿈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4.10.31 09:54
  • 호수 7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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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로 일하면서 육아하기 좋은 도시 1위에도 선정

고령화율이 심각한 농촌지역은 저 출산 현상까지 겹쳐 인구감소가 더욱 심각하고 지역 황폐화로 나타나고 있다. 보은군도 예외는 아니다.
8월말 현재 보은군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3만672명에 불과하다. 지난 2023년 8월 말 기준 대비 496명이 감소 등 매년 500명 내외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인구감소 숫자로 보면 1년 전후 보은군 인구 3만명대의 둑이 무너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자치단체로서의 존립기반이 점점 취약해져 독립적인 자치를 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 될 정도다. 청년인구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보은군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으로 각 지자체마다 빠져나가는 청년인구를 붙잡고 청년을 유입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보은군의 정책이 청년들에게 현실적인지 살펴보고, 공동취재단을 꾸려 취재한 청년·문화 로컬콘텐츠로 청년 정책을 펼치는 국내·국외 사례를 보도한다.
기획의 마무리는 보은군이 청년들에게 ‘노잼’ 도시가 아닌 살만한, 미래를 투자해도 될 ‘꿀잼’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청년들과 토론회를 개최해 청년들의 의견이 보은군의 정책에 반영되고 청년들이 수용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1. 희망청년, 그들을 잡기위한 보은의 정책
2. 청년들의 아지트 청년시청 운영하는 익산시
3. 청년의 로컬리즘 ‘술익는 마을’로 살리는 군산 구도심 
4. 청년희망도시 전주, 주민·청년 공유공간 ‘둥근숲’ 등
5. 청년 다섯이 10만명을? 경북 문경에 굴러온 기적
6. 젊은 여성이 열쇠, 일본도쿄 도시마구의 지역소멸대응정책

  ①우범지대 리모델링과 공원 문화, “젊은 여성이 돌아왔다”

  ②맞춤형 아동정책으로  도시 이미지제고

7. 인구 3천여명 시골에 관광객 20만명이 찾는 일본 군마현 가와바무라
8. 청년들이 꿈 펼칠 토양 만들기 보은의 청년들과 토론회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기 편한 도시마구로 돌아온 젊은 여성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감소의 영향을 경험한 곳이 일본이다. 그 가운데 도쿄의 도시마구는 2014년 ‘소멸가능성 있는 도시’로 지정돼 2030 여성 감소규모가 50.8%로 추산됐지만 10년 뒤 2024년 분석에서는 2.8%로 대폭 축소됐다. 

이같이 도쿄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도쿄도에서는 유일하게 소멸 가능성이 있는 도시로 선정되자 도시마구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여성들이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들어야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래서 20~39세 여성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할 수 있는 회의와 이들로 구성된 긴급대책본부 ‘F1(Female One)을 만들어 해법을 찾았다.
그 덕분에 현재 도시마구 인구는 29만 1천600여명이고 젊은 여성은 2천600명 증가했다. 소멸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시마구의 비결은 ‘여성 친화’에 있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를 정책에 직접 반영 


2014년 일본창성회의가 발표한 ‘마스다보고서’는 출생률이 최소 유지 수준인 2.07%로 회복되지 않으면 일본의 인구는 감소하고 지방은 소멸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여줬다. 
당시 일본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인 89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진다는 암울한 경고를 담고 있어 지방소멸 위험성을 보여줬고 보고서의 기법을 차용해 소위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개발됐다.
이 자료에 의하면 한 지역의 가임여성(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이면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의 유입·유출 등 다른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이 수치에 미달한 곳은 30년 뒤에는 마을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전국에서 ‘소멸가능성 있는 도시’ 896곳을 지정했다. 
도시마구의 이케부쿠로 역은 5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고 연간 이용객만 270만명에 달한다. 신주쿠와 시부야 다음으로 이용객이 많은 곳이지만 도쿄의 23개구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가능성 있는 도시에 포함됐다.
이런 불명예를 안게 된 이유는 20~39세 여성 인구의 급감 가능성으로 2010년 5만136명인 도시마구의 20~39세 여성인구가 2040년 2만4천666명으로 50.8% 급감할 것으로 내다본 것. 
위기를 인식한 도시마구는 20~3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했다. ‘여성친화적 마을 만들기’, ‘지방과의 공생’, ‘국제예술·문화도시 구축’, ‘고령화 대응’이라는 4가지 방침으로 인구소멸대응과 지역활성화를 추진했다. 
도시마구 이케부쿠로는 먼저 핵심 정책으로 여성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도시공간 정비를 추진했다. 

■미나미이케부쿠로 공원의 리모델링 


이케부쿠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도 정비 대상이었다. 이곳은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우거져 음습한 지역이었고,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자가 많았다. 주말이면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까지 운영돼 노숙자 숫자도 점점 늘었다. 강력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해 ‘낮에도 와도 정말 위험하다’라는 소문이 돌았고 여성들이 특히 두려워하는 장소가 됐다.

도시마구에서 우선 정비가 필요한 곳이 이케부쿠로 공원이었던 것이다. 구에서는 깨끗한 분위기를 조성해 노숙자가 찾지 않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을 중심으로 한쪽은 신사, 한쪽은 유흥가 등 각 방향마다 다른 특색을 지닌 지역이어서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어려웠지만 수십 차례의 설명회를 거치며 의견을 조율해 나갔다.

공원정비가 시작되자 노숙자들과 지원 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비판적인 보도기사들도 많았지만 노숙자들을 복지시설로의 입소 권유 등을 통해 마찰을 줄여갔다. 
도보권 내에 안심할 수 있는 생활환경이 갖추어져야 젊은 여성들이 유입되고 또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곳이 되고, 또 사람들이 모여 일, 주거, 돌봄, 배움, 문화 활동, 교류 등 다양한 기능을 생활권 안에 둘 수 있는 공원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공원에는 천연잔디를 깔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충당을 위해 잔디공원 아래 변전소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잔디공원 개방까지 6년이 걸렸지만, 변전소를 이용하는 전력회사와 지하철 회사에서 내는 사용료가 도시마구청의 재정을 튼튼하게 해줘 시민들이 부담없이 천연잔디공원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카페와 레스토랑 등 다양한 수익시설을 유치해 수익금을 창출하고 이는 공원 유지관리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하고 질높은 서비스를 받게 됐다.
슬럼가와 노숙자로 골머리를 앓다 현재는 뉴요커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브라이언 파크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것이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브라이언 파크의 상징인 검정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이전까지 일본에서 금지되었던 공원 내 카페와 레스토랑의 오픈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16년 4월 개방한 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출입이 허용되는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은 평일에는 4천여명, 휴일에는 평균 9천100명의 시민이 찾아오는 사랑받는 공원이 됐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이 만들어지고 난 후 주변 상권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케부쿠로역 주변으로 고층건물이 들어섰고 세계에서 가장 큰 애니메이트가 들어서며 이케부쿠로역 인근의 상권은 더욱 성장하게 되었다. 
도쿄신문은 “소멸 위기에서 문화·예술을 말할 때냐란 비판도 있었지만 도시마구는 방문하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가 되면 전입자가 증가하고 그 세수를 복지나 교육에 충당해 한층 더 사람이 모이는 선순환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도시마구의 20~39세 여성인구는 4만5천명이었으나 4년 후 4만8천명으로 늘었다. 2022년 ‘닛케이 크로스우먼’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일하면서 육아하기 좋은 도시’에서는 1위로 선정됐다.

■공원을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도시

 
공원 리모델링으로 인구의 흐름을 바꾼 도시마구청은 지역 4개 공원을 특화하고 이를 연계해 즐길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 빨간색 전기버스 이케버스(IKEBUS)가 미나미이케부쿠로 공원, 나카이케부쿠로 공원, 이케부쿠로 니시구치공원, 이케 선파크를 순환하며 시민과 관광객들을 실어나른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은 천연잔디가 깔린 공원이다.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와 대학생 등 젊은 층이 돗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즐기는 오아시스로 자리를 잡았다. 
2019년 9월에 오픈한 나카 이케부쿠로 공원은 만화·애니메이션 성지로 ‘애니메이트’ 등의 주변 기업과 연계해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이벤트 등을 전개한다. 이 공원은 이곳에 입주한 개발자들이 엘리마네 단체를 구성해 시설 사용료 등을 운영비로 이용한다. 
2019년 11월에 오픈한 이케부쿠로 니시구치 공원은 클래식 연주 등이 가능한 야외극장으로 도쿄예술극장 등과 연계해 이벤트를 전개한다. 여기도 민간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수익의 일부는 공원 운영비로 사용한다.

2020년 7월에 오픈한 이케 선파크는 온갖 방재 기능을 가진 도시마구의 최대 면적의 공원이다. 선샤인 시티와 연계한 이벤트, 민간 카페 운영, 마르쉐 운영을 통해 수익 창출하면서 시민들이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이다. 
또 어린이 전용 공원인 토시마 키즈파크도 오픈해 누구나 함께 놀 수 있는 공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공원들을 연계하는 이케버스(IKEBUS) 역시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데, ‘공원을 주민과 기업이 함께 키우고 가꾼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커뮤니티도 형성되고 있다. 
이같은 4개의 메인 공원 외에도 곳곳에 수많은 공원이 있는 도시마구는 공공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20대, 30대 여성과 어머니들이 목소리를 반영해 누구나 안심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개선했다. 
도쿄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도시마구는 2014년 민간 연구단체가 발표한 소멸 가능성이 있는 도시로 도쿄도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것을 계기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올해는 세계유엔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가지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선정됐다. 이는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의미하는데 도시마구청은 공원을 구심점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와 지역사회를 만들면 환경과 경제가 따라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일본 최초로 미래도시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도시마구청 공원녹지과 카타야마 유타카(片山 裕貴) 과장은 “그 핵심은 공원이라고 말한다. 공원을 연결시키자 환경, 사회, 경제, 모든 분야가 연결이 됐다”고 말하고 “특히 미나미이케부쿠로 공원이 생기고 젊은 층이 도시마구로 전입을 해오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이자 다른 도시에서도 잔디광장과 레스토랑, 카페가 있는 공원이 곳곳에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추진한 지 10년이 지난 도시마구는 현재 소멸 가능 지역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었다. 

일본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구전략회의’가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인구 추계를 분석해 일본 기초자치단체 1천729개 중 744개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는데 도시마구는 빠졌다.

도시마구는 떠난 사람보다 남은 사람에게 집중했다. 인구유출 문제를 직면하자 젊은 층의 목소 청취에 나섰다.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더 좋은 곳을 찾아 가는 것임을 파악했다. 

도시마구는 떠나는 젊은이들을 붙잡기 위해 물질적인 유혹이나 정책을 남발하지 않고 남은 이들이 만족하고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여기서 얻은 것으로 보완하니 많은 사람이 돌아왔고 도시는 더욱 발전하게 된 것이다. 
출산율이 낮은 우리나라는 출산율을 높이고 또 외부인구의 유입을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남발한다. 

그러나 지원금 출혈 경쟁보다는 정주율을 높이는 전략을 짜는 것도 필요하다. 
청년이 오래도록 머물도록 하기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책상머리 행정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직접 물어보라.

지역소멸대응 공동기획취재단 : 보은사람들 송진선 기자,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 영주시민신문 오공환 기자, 태안신문 신문웅 기자, 담양뉴스 장광호 기자, 해남신문 노영수 기자, 남해시대 전병권 기자, 성주신문 이지선 기자, 한산신문 박초여름 기자, 담양곡성타임스 김고은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도시마구청 직원과 공동취재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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