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1. 희망청년, 그들을 잡기위한 보은의 정책
2. 청년들의 아지트 청년시청 운영하는 익산시
3. 청년의 로컬리즘 ‘술익는 마을’로 살리는 군산 구도심
4. 청년희망도시 전주, 주민·청년 공유공간 ‘둥근숲’ 등
5. 청년 다섯이 10만명을? 경북 문경에 굴러온 기적
6. 젊은 여성이 열쇠, 일본도쿄 도시마구의 지역소멸대응정책
①우범지대 리모델링과 공원 문화, “젊은 여성이 돌아왔다”
②맞춤형 아동정책으로 도시 이미지제고
7. 인구 3천여명 시골에 관광객 20만명이 찾는 일본 군마현 가와바무라
8. 청년들이 꿈 펼칠 토양 만들기 '보은의 청년들과 토론회'
청년정책의 중요성은 전북 군산시도 예외는 아니다. 청년인구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군산시는 다양한 청년정책을 통해 청년들이 군산시에 상주를 유도하고 청년인구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발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사업들은 외부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청년들의 아지트를 만들고 청년들의 세계가 구현되며 ‘죽은 도시’도 점차 생기가 돌게 한다.
청년마을이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이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청년들의 실험정신으로 청년마을이 운영되면서 청년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찾아 문화를 즐기는 곳으로 변화하며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게 된다.
군산시도 구도심에 청년문화가 유입되면서 청년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색다른 청년문화가 형성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군산시의 청년들이 착안한 청년마을의 콘텐츠는 지역의 로컬리즘을 살리는 것. 그것은 바로 일제강점기 쌀을 수탈한 일제가 군산에서 만들었던 양조산업(청주, 淸酒)을 되살리는 것이다. 청년들이 세운 지역관리회사 ㈜지방은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추진된 것인데 기존 상인들과 어우러져 청년사장들이 술을 바탕으로 청년몰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이 그 유명한 영화타운이다.
이들은 영화타운에서 각자 개성에 맞게 레스토랑, 사케바, 칵테일바, 주점 등을 운영하며 독특한 맛과 멋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역관리회사 ㈜지방은 술익는 마을을 콘텐츠로 해서 행안부의 청년마을로도 선정됐다. 청년마을 술익는 마을은 막거리 제조체험 뿐만 아니라 술로 하는 족욕체험 등 술과 접목된 다양양한 문화예술체험으로 군산시의 관광상품을 자리잡았다.
일제강점기 도정공장, 양조장 등이 들어서는 등 쌀 수탈의 현장이었던 군산시 구도심이 로컬리즘으로 구성된 다양한 사업으로 재생되는 현장을 살펴본다.
■쇠퇴한 시장 청년들이 영화타운으로 살리니…청년들의 아이디어 집대성, 살아나는 구도심
전북 군산시는 일제 감정기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갯벌 위에 일제가 조성한 신도시이다.
1920년대 일제의 식민지 농업정책으로 쌀 수탈량이 급증하면서 부를 축적한 일본인 지주들이 많았고, 쌀을 가공하는 산업도 번성했는데 그것이 정미소와 양조장이다.
특히 양조업은 어느 도시보다도 번성해 군산은 양조산업 본고장으로 부상했다. 명절이나 제사 등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면 상위에 올랐던 ‘백화수복’이 군산 백화양조의 대표 상품이었다.
이같은 역사를 알고 양조산업에 관심을 가졌던 청년마을 술익는마을의 조권능 대표는 농업회사법인으로 흑화양조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지역관리회사로 ㈜지방을 만든 조권능 대표는 군산을 청주(淸酒)의 도시로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2017년 쇠락한 영화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영화타운 프로젝트’도 양조산업을 다시 일으켜보겠다는 생각이 바탕이었다고 한다.
영화타운에는 술집을 중심으로 빵집, 화장품 가게 등을 조성했다. 단순히 영화시장 살리기에만 주목하기보다는 영화시장을 활성화하면서 군산이 가진 콘텐츠를 엮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인근 상점과 협업하는 등 골목상권을 조성하는데 군산의 색깔로 채워나가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새로운 청년 플레이어들을 발굴하고 성공시켰고, 점포를 직접 임대해 창업가에게 매출 대비 비용을 받으면서 초기 부담을 줄여주고 힘을 내도록 마케팅과 브랜딩을 도와줘 청년창업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게 됐다.
지금까지 쇠락한 전통상가를 청년몰 등으로 개발하는 지원사업이 많았지만 성공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인데 군산의 영화타운은 나름 진일보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서울에 있는 미술 전문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던 조권능 대표는 청년 예술가들이 홍대거리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도시의 풍경을 바꿔 가는 것을 보면서 고향인 군산에서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2008년 군산시 개복동에 작업실을 내고 예술의 거리를 만드는 등 재야에서 다양한 변화를 유도하는 실험들을 계속했다.
그러다 제도권의 지원을 받으며 사업을 한 것은 2019년 군산시의 오래된 시장인 영화동의 영화시장 시장살리기 프로젝트였다.
영화타운은 전국 대부분의 청년몰이 보통 행정에서 기획과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 끝낸 다음에 운영자와 창업자를 뽑아 공간을 하나씩 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며 큰 성과가 없었던 것과 달리, 조권능 대표는 운영자와 마스터 그리고 창업자를 먼저 뽑은 후 그 안에서 ‘지역관리회사’인 (주)지방을 만들고 창업자들이 바라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창업자들이 기획단계는 물론 설계와 시공에도 깊숙히 참여케 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한 결과 청년사장들이 각자 개성을 갖고 가게를 디자인하면서 구 영화시장 골목은 다양한 주점들이 즐비, 주류에 올라탄 청년들, 그리고 직장인들의 퇴근 후 문화가 형성되며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또 다양한 색깔이 반영된 타운 내 주점골목을 다니며 보는 것만으로도 구경거리가 된다.
조권능 대표가 2000년대 초반 서울 홍대 거리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을 느꼈던 것과 같이 군산시에 가면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지역을 변화시킨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퇴락한 군산로컬리즘은 흑화양조로 살리고, 쇠락한 구도심은 청년마을 ‘술익는마을’로 재생
군산 토박이 조권능씨가 대표로 있는 ㈜지방은 청년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술익는마을’도 만들었다. 이곳에는 양조장과 스파 공간이 조성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군산시 구도심을 살리는 또 하나의 테마는 군산의 로컬리즘, 군산 양조산업의 대명사와도 같은 ‘청주’다.
1917년 무렵 설립된 ‘백화양조’가 만든 청주인 ‘백화수복’은 군산을 넘어 국내 대표적인 청주(淸酒)다. 1970년대 이후에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1985년 두산그룹이 인수했고 현재는 롯데주류가 인수했다. 107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백화수복은 주조회사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군산공장(롯데칠성)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백화수복을 군산술로 여기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조권능 대표는 군산의 술인 백화양조의 향토성을 찾기 위해 나섰고 술과 스토리에 새로운 색을 더한 또 다른 군산 술 청주 빚는 법을 익혔다. 농업회사법인 ‘흑화양조’까지 세웠다.
현재 시제품을 넘어 군산의 술이란 의미의 ‘군주’라는 막걸리와 한자어로 무리 군(群)자를 쓰는 군산을 뜻하는 ‘무리’라는 청주(淸酒) 식 진 스타일의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이어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도 술을 모티브로 한 ‘술익는마을’로 응모해 선정됐다.
청년마을의 술익는마을의 조 대표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양조장 흑화양조를 거점으로 막걸리 만들기 체험, 일본식 목욕 체험 ‘모락’, 청주바 체험, 게스트하우스인 ‘청주 바 투어’, ‘청주스테이’ 등 체험형 관광 서비스 상품을 운용 중이다. 술익는마을 투어 및 체험 상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여행상품으로도 홍보돼 싱가포르 여행객들이 찾는 등 외국인들의 팸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청년마을을 시작하고 다양한 청년들이 군산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고 함께 콘텐츠 작업을 하는 등 청년들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기존에 있던 청년들과 새로운 청년과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까지 이뤄지면서 동네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조권능 대표는 “청년들에게는 서울 중심에서 벗어날 대안으로 지방에 산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절실하다. 지역성을 담은 ‘로컬브랜드’가 대안이 될 수 있고 로컬브랜드가 살아남도록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회사 이름을 ‘㈜지방’이라고 지은 것과 관련해 조 대표는 “지역에 있는 친구들은 지역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한다. 우리가 이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문화라든지 산업들은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니까 ‘지방 도시’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지역에 이런 다양한 헤리티지 또는 이런 이야기 등을 발굴하고 그걸 성장시키는데 청년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며 청년의 역할을 강조했다.
도시마다 청년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그 지역을 지탱할 세대로서가 아니라 톡톡 튀고 창의적 발상을 하는 청년이야말로 그 지역을 성장시키는 중추임으로 시사해 공감했다.
지역소멸대응 공동취재단 : 보은사람들 송진선, 남해시대 전병권, 담양곡성타임즈 김고은, 담양뉴스 장광호, 성주신문 이지선, 영주시민신문 오공환, 태안신문 신문웅, 해남신문 노영수, 홍주신문 한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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