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마로면 관기약국
언제부턴가 동양고전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 생겼다. 한꺼번에 읽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읽으며 그 의미를 곱씹어 본다. 도덕경을 읽고 나서 지금은 논어를 읽는다. 처음 읽는 것이 아니라 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는다. 밑줄까지 쳐가며 전에 읽었던 흔적이 있다. 그때는 그때의 느끼는 마음이 있었을 테고, 지금은 또 읽으며 새로운 마음이 든다. 또 다른 부분에 밑줄을 그어 본다. 나이가 더 든 어느 날, 또 다시 읽으며 또 다른 부분에 밑줄을 그을 수도 있으리라.
논어는 공자와 그 제자들이 함께 토론한 이야기를 제자들이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세상사는 이치나 교육, 문화, 정치 등에 관해 논의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제1편 학이(學而) 첫 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밑줄을 긋고 두 번 세 번 곱씹어 읽어본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답변 같은 말이기도 하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만하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야! 너에게 안다는 것에 대해 가르쳐 주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유는 공자보대 9세 어린 제자로 직선적이고 용맹한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되어서 인하지 못하면 예의를 지킨들 무엇 하겠는가? 사람이 되어서 인하지 못하다면 음악을 한들 무엇 하겠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루어진 일은 논란하지 말고, 끝난 일은 따지지 말며, 이미 지나간 일은 허물하지 않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침에 도를 들어 알게 된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걱정해야하며,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진 이를 보면 그와 같아질 것을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이를 보면 자신 또한 그렇지 않은지 반성한다.”」
지금까지 읽은 것들 중에서 밑줄 친 부분을 옮겨 보았다. 공자께서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길을 이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도에 뜻을 두고, 덕을 바탕으로 하여, 인에 의지하고, 예술의 세계에서 노닐었다.”
추석이 지나고도 끝날 줄 모르던 무더위가 추분이 지나자마자 서늘해졌다. 여름을 사는 게 아니라 이제는 견딘다고 해야 하나? 사람이고 짐승이고 나무고 풀이고 모든 세상사는 것들이 무더운 여름을 견뎌야 시원한 가을을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 가을이 드디어 문 앞에 도착했다. 어떻게 살아야 진정한 삶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때, 한번 쯤 논어를 읽으며 옛 성인의 대답에 귀 기울여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