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있어 우체국에는 명절선물 등 택배 물건들이 배달하기가 무섭게 쌓이고 있다. 조금만 늦으면 물건이 한 가득이다. 보은우체국은 빠른 수송을 위해 명절 택배 특별 수송기간까지 운영하면서 집배원들이 택배 배달에 하루일과를 다 쏟아 부을 정도다.
그런 와중에 길 잃은 남자 노인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 수한면 담당 권용훈(38)씨의 미담이 알려져 훈훈한 미소를 짓게 했다.
사연은 지난 3일 권용훈씨가 평소와 다름없이 오토바이 적재함에 물건을 가득 싣고 오점ㄴ 10시 10분경 배달구역인 병원리에 도착했을 때 백발이 성성한 80대 어르신이 다가왔다.
“경찰서를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느냐, 나 좀 태워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권용훈씨는 군민이면 경찰서를 모를 것 같지 않은데 경찰서를 묻는 것이 어르신이 길을 잃은 것 같아 어르신에게 차근차근 주소를 물으며 기억을 찾도록 시간을 끌었다.
주소를 묻는 권용훈씨에게 어르신이 내민 신분증엔 강원도로 주소가 돼 있고 사는 곳이 어디냐고 묻자 서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대화하는 동안 주머니에 있는 전화기에서는 연신 벨소리가 나는데도 누가 잡으러 온다는 얘기만 한 채 받지 않았고 권용훈씨에게 전화기도 보여주지 않았다. 가족이 애타게 찾는 전화일 것 같았다. 그래서 아는 전화번호를 물었는데 잘못 기재된 전화번호를 내밀었다.
난감한 권용훈씨는 동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시골에서 사람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고 살아도 오전엔 다들 농사일로 바쁘기 때문에 마땅히 주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자신이 배달할 물건이 많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권용훈씨는 배달구역안인 운전면허학원으로 가보자고 하고 학원 앞까지 함께 가서 학원으로 들어가 보시하라고 하고 자신은 물건을 배달했다. 혹시나 싶어서 구역 내 배달을 마치고 학원 쪽으로 왔는데 어르신이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학원에 아무도 없었던 것.
권용훈씨는 112에 어르신의 상황을 신고하고 경찰을 기다렸다. 때마침 만난 동네 아주머니가 사연을 듣고 내가 경찰관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계할 테니 염려 말고 업무를 보라고 했다는 것.
아주머니에게 잘 부탁한다는 메시지도 남기면서 남은 배달 업무를 마무리 한 권용훈씨는 오전에 만난 어르신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경찰서에 확인전화를 했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인데 길을 잃어 수한면까지 갔던 것이고 가족들이 와서 안전하게 모셔갔다”는 결과를 듣고 권용훈씨도 그제 서야 안심이 됐고 하루일과를 다 마친 것처럼 후련했다.
청주 출신으로 집배원 경력 6년차이고 수한면 보은읍 장신권역 등 4개 구역의 우편 및 택배물건을 배달하는 권용훈씨는 “한풀 더위가 꺾였지만 한낮은 아직 덥다. 그래도 어르신을 내 부모처럼 여기고 잘 대하신 것 같다. 보은 주민들이 다 친절하신 것 같다”고 말하고 “아버지(권순복, 70)가 삼승면 천남에서 사과과수원을 했었고 또 도매업을 해서 보은을 자주 오갔다. 보은이 남다르고 고향처럼 느껴진다”는 소감도 전했다.
코로나 시국 때보다도 더 어렵다고 하는 경제 한파에 사는 게 팍팍한 요즘 젊은 집배원 권용훈씨의 친절함, 그리고 주민을 대상화하지 않고 가족같이 대하는 정감어린 행동이 명절 밑을 훈훈하게 달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