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황선씨가 차리는 점심밥에 행복미소
거동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들은 밥을 해먹는 것이 귀찮아서 또는 거동이 불편해 일일이 끼니를 챙기는 것이 힘들어서 하루 2끼만 먹는 것도 경우도 있다.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 있는 반찬을 챙기는 것은 언감생심, 어르신들이 밥상은 김치나, 된장에 풋고추 하나 놓고 먹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서 노년의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
삼승면 선곡1리(이장 한혁동) 어르신들이 매일매일 점심밥으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선우실 경로당의 점심 급식하는 날은 어르신들 모두가 오늘은 무슨 반찬으로 입맛을 다시게 할지 기다릴 정도다.
경로당을 찾은 지난 19일 어르신들은 급식 도우미 이황선(68)씨가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과 쫄면으로 달아난 입맛을 찾는 중이었다. 어르신들에게 괜찮은 메뉴일지 물으니 “아주 좋다, 내 식구가 먹는 것처럼 만들어서인지 면이 질기지 않고 장도 입맛을 당기게 조미해서 자꾸만 먹게 됐고 김밥 속 재료로 다양하게 넣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고 호평했다.
이황선씨가 만드는 음식은 뭐든 다 맛있다고 말하는 어르신들. 이날 최고령이었던 심인화(85) 어르신은 “집에 있으면 뭐햐 헌자 먹으면 입맛도 없고 이렇게 어울리고 또 점심밥도 맛있게 해줘서 먹으니까 아주 좋다”고 말했다.
김상순(79) 어르신은 “나는 경로당에 외식하러 와. 김밥도 맛있고 쫄면도 맛있고 다 맛있어. 진짜 입 개운하게 잘 먹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한혁동 이장도 “어른들이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신경써서 음식을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전동(69)씨도 “매번 식사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음식이 입에 맞고 정성을 다해서인지 더 맛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렇게 주민들은 칭찬이 자자한데 일주일 월수금요일마다 어르신들의 점심밥을 챙기는 이황선씨의 어려움은 없을까? 이황선씨는 “급식비로 지원된 비용이 끼니당 4천원 정도에 불과해요. 식당에서 사먹는다면 된장찌개 1인분 값도 안될 정도로 열악합니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에서 생선도 가져오고 주민들이 상추도 뜯어다 주고, 시장에서 산 콩나물을 주기도 하고, 두부를 가져오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콩을 주셔서 콩국수도 해드렸어요.”라며 이웃들의 마음 나눔으로 경로당 점심 급식상이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이황선씨는 “자식들이 부모님께 식사대접 한다고 시골집에 오지만 집에서 밥을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식당밥 사드리는 것이 보통이예요. 어르신들께 이렇게 라도 해드리지 않으면 남이 해주는 밥 평생 못 드실 수도 있어요. 비록 일주일에 세끼이지만 집밥 해드리는 마음으로 부족하지만 어르신들께 점심밥을 해드린다”고 말했다. “나는 경로당으로 외식하러 와” 라는 어르신의 말이 와닿는 대목이다.
주민 김정미(58)씨는 3천여평에서 사과와 고추농사를 짓는 귀농 4년차 이황선씨가 경로당 주방을 맡으며 마을도 변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잘하니까 주민들도 좋아서 뭐만 있으면 경로당 어르신들께 만들어드리라며 놓고 가고 뭐라도 보탬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며 덕분에 주민단합도 잘된다고 말했다.
경로당 급식이 있는 날엔 “형님”, “동서” 하며 자매처럼 지내는 주민들이 도우미를 자청할 정도다. 지난 19일에는 남선애(58), 이수혜(62), 김정미(58)씨가 급식 도우미가 됐다.
이장 한혁동(61) 노인회장 최동욱(79), 부녀회장 이순주(54), 지도자 이기순(45)씨를 비롯해 44가구 79명이 사는 삼승면 선곡1리는 주민들의 인심 나는 점심밥 이야기로 행복한 마을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