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외면 대원리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을 보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열기였는데 그래도 끝이 보이는 듯하다. 처서 이후 더위가 한 풀 꺾인 듯하다. 때로 한낮의 햇빛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는 많이 선선해졌다. 밤에 창문을 열고 자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이불을 덮어야 한다. 물론 내년 여름엔 얼마나 더 더울까 걱정이다. 예견할 수 있는 더위라 그런가 보다. 지구온난화로 더 뜨거워지면 뜨거워지지 한여름 온도가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더불어 여름이라는 계절이 더 길어지는 듯하다.
선풍기 하나로 더위를 이겨내고, 시원한 냉수 마찰에 더위를 물리쳤던 여름은 이제 아득하다. 온종일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무더위로 온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니, 단순히 기온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온세계가 기후 이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의 시대이다.
급격한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고,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올라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이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한다. 폭염과 산불, 태풍, 홍수와 가뭄 등 불쑥불쑥 찾아오는 자연재해들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북극해의 빙하가 하루 60억 톤씩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 빙하가 다 녹아내리면 해수면이 7m 상승하여 대부분의 해안도시가 침수하고 만다. 남극의 빙하까지 다 녹으면 해수면이 57m 상승하여 뉴욕과 서울까지 침수하게 된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인류멸망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급박한 현실이다.
그 동안 바다는 세계가 내뿜어온 탄소의 4분의 1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구에서 만들어내는 산소의 50퍼센트 이상을 만들어내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 그 바다가 플라스틱을 비롯한 해양쓰레기는 물론 산업폐수, 핵폐기물, 원전오염수로 오염되어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세계가 생산해낸 플라스틱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과 동물의 2배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해양쓰레기의 반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니 암울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편리하고 생산비가 절감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면 온 세계가 힘을 합해 더 이상 플라스틱 생산을 금지하고 규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상황인데도 기업들은 물론 세계 국가가 방관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미 만들어낸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규제하기보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하지 않도록 규제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일부 깨어 있는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할 정도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뿐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나라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렇게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는 것은 모순 아닐까? 다음세대 자녀들에게 물려줄 환경이 점점 훼손되어가고 있는데 몇십 년 후의 지구를 내다보지 않고 당장의 편리함과 이익 때문에 환경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기업과 국가가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국가를 이루는 것은 국민이고, 소비자인 국민이 그 기업의 재품을 쓰지 않는다면 기업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방송이나 언론에서 그 심각성을 말해도 방송을 보는 그때뿐이지 생활 속에서는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편리함에 너무나 익숙해 버린 탓일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어도 여전히 배달음식은 늘어가고, 플라스틱 컵에 담겨 있는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마트에 가봐도 채소나 과일을 소포장 할 때 보기에 좋다는 이유로 스티로폼 포장재를 밑에 깔고 비닐랩으로 씌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채소나 과일을 골라담고, 종이봉지에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후 1.5도에 이르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가 2도에 이르면 이제 지구는 회복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뜨거운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서 제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실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중고거래를 활용한다. 둘째,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절전모드를 생활화한다. 조명과 가전제품 등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고, 난방과 냉방을 최적화해야 한다. 여름철 냉방 적정 온도는 26도이다. 셋째,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장거리 이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넷째,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세계 온실가스의 1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자손들이 살아갈 뜨거운 지구를 두고 관망할 수만은 없다. 지구가 뜨겁다고 여기저기서 이상기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살려달라는 지구의 절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