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승 농민들 베트남어 열공하고 쫑 파티
삼승 농민들 베트남어 열공하고 쫑 파티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4.05.09 11:33
  • 호수 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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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프로그램 베트남언어 공부한 뒤 귀도, 입도 조금 열려
수강생들 “다음 농한기때 2기 개설 꼭 해주면 좋겠어요” 밝혀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농사를 짓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외국인 인력을 농업현장에 소개하는 인력사무소만도 군내 29개나 된다. 면 지역에도 4개가 있다.
군에 따르면 2022년 12월말 외국인 인력이 1천397명이라고 하는데 시장에선 1천500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외국인 인력들이 대한민국의 농사를 짓는 것이다.
외국인 농업인 인력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베트남이다. 이들을 쓰는 농가는 오늘 해야 할 일, 주의해야 할 일 등 외국인 인력과 대화를 하고 싶으나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직접 시범을 보이며 외국인 인력들이 해야 할 일을 소개하는 정도다. 일부는 한국말을 알아들으면서도 모르는 척하기도 해서 농 작업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얘기다.
답답해하는 농민들 못지않게 외국인 인력들이나 답답해 하기는 마찬가지. 이런 가운데 삼승면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베트남어 강좌를 개설해 농민들이 열공, 주목을 끌었다. 대한민국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는 아마 최초일 듯싶다.
삼승면 베트남어 강좌는 지난 3월 11일 개강했다. 매주 월, 수, 금요일마다 하루 2시간씩 총 20강 공부하고 4월 26일에는 종강파티(?)를 했다. 이날 베트남어 강좌 수강에 만족한 농민들은 “단기로 끝내지 말고 다음에도 개설해서 베트남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구동성으로 밝혔다.
베트남어 강좌 수강생은 외국인 인력을 특히 많이 쓰는 사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대부분. 1기 수강생은 박창규(67, 원남3리), 길미애(57, 서원1리), 송재일(63, 서원1리), 엄애자(57, 우진리), 윤정임(61, 천남2리), 전현숙(56, 천남3리), 차경희(61, 내망2리), 이수현(56, 선곡2리), 한복희(62, 내망1리), 황대연(62, 내망1리), 박현숙(57, 천남1리), 강혜숙(59, 내망2리), 임세민(63, 선곡1리), 배명애(57, 우진리), 유병구(56, 우진리)씨 이다. 이중 송재일·길미애씨, 황대연·한복희씨는 부부 수강생이다. 
이들이 베트남어를 배우게 된 동기는 베트남 인력을 많이 쓰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일을 시키는 것도 어렵고 또 친하게 지내기에 한계가 있자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으로 베트남어를 배우면 어떨까요?” 했던 게 시작이다.
길미애씨의 건의를 받은 김명례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들과 이옥순 삼승면장과 협의해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베트남어 강좌를 넣은 것.
난타, 라인댄스, 풍물, 요가 등 문화예술, 건강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채우던 기존 것과 비교하면 아주 색다른 프로그램이었다. 과연 신청자가 있을까 했던 의구심은 수강희망자가 몰리면서 단박에 해소됐다.
베트남어 강사는 가족센터에서 추천한 황지영(탄부 구암, 베트남 이름 황띤)씨가 담당했다. 황지연씨는 1시간은 모음, 자음 등 베트남어의 구성에 대해 가르치고 남은 1시간은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단어, 회화 중심으로 가르쳤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공부한 것을 다시 복습하고 한 명 한 명 발음 교정을 해주며 하나를 배워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해 농민들이 베트남어를 익히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수강한 농민들이 칭찬했다. 
이렇게 베트남어를 배워 사과 농장에서 꼭 필요했던 “조심해서 따주세요(적과, 적화), 사다리는 안전하게 올라가세요, 농장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등등의 필요한 말을 잘 전달할 수 있었다.
사과, 배, 수박, 딸기, 복숭아 등 과일 이름도 익히고,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도 배웠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은 건배라는 추임도 익히는 등 하나하나 배우며 베트남 농업 인력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일을 시킬 때 외국인들과 소통이 돼야 하는데 손짓, 발짓을 해도 완벽하게 전달이 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사과를 적과할 때 A를 남겨두고 그 외의 것을 떼어내라는 것을 알려야 하는데 이를 잘못 이해해서 엉뚱헌 것을 떼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농장주가 피해를 입어 곤란했지만 사람이 없으니 외국인 인력을 쓸 수밖에 없어 베트남어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초급이라도 베트남어를 배워, 현장에서 적용을 할 수 있고 베트남 인력도 전달받은 대로 일을 할 수 있으니 성과도 좋아질 수 있다. 배운 대로 해보니까 쉽게 알아듣고 실제 성과도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호평을 했다.
베트남어 공부를 시작하는 시간은 오후 7시. 과수원 일을 마치고 강좌가 열리는 행복센터까지 오려면 최소한 5시 정도에는 일을 마치고 씻고 남편 등 가족들을 위해 저녁식사를 차려놓고 와야 했기 때문에 특히 여성 수강생들이 어려움이 컸다.
수강생 16명 중 남성은 4명 뿐 대부분 가사와 농장 일을 같이 해야 하는 여성들은 1인 몇 역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수강 신청한 농민 전원이 종강, 수료장을 받았다. 특히 16명 수강생 중 반장을 맡았던 길미애씨와 전현숙씨, 박찬규씨는 20강 전 과정을 개근했다.
수료 소감이 남달랐던 반장 길미애씨는 “그동안 베트남 사람들과 소통이 안돼서 안타까웠는데 이번 베트남어강좌가 큰 도움이 됐다”며 “귀한 시간 쪼개서 참석한 수강생들이 있어서 이 자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복해서 하다 보면 귀도 열리고 입도 터질 것 같다”며 다음에도 강좌 개설해줄 것을 바랐고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길미애 반장은 또 길범준 담당 주무관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했다. “길 주무관님이 퇴근도 하지 않고 남아서 우리가 베트남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그날 배울 자료를 프린트해서 나눠주는 등 뒷바라지를 잘해줬다. 그래서 우리가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며 공무원의 복무 자세를 칭송했다.
베트남어를 지도한 황지영 강사는 “한국에 시집와서 농사만 짓던 내가 한국인들에게 베트남어 수업은 처음이라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하지만 수업을 잘할 수 있도록 수강하는 주민들이 도와주고 이해해주고 격려해줘서 큰 힘이 됐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말하고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옥순 면장은 “잘 개설한 강좌인 것 같아 뿌듯하다. 다음에도 강좌가 개설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명례 주민자치위원장은 “베트남 강좌를 또 개설하면 좋겠다는 주민 요구의 목소리가 있어서 면과 상의했는데 받아들여줘서 강좌가 개설됐다. 수강생 모두가 열심히 공부해줘 고마웠다. 다음에도 농한기에 맞춰 또 개설되도록 면과 함께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과수원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피곤이 몰려와 밥 먹기가 무섭게 곯아떨어지기 일쑤인 게 농번기 농민들의 처지다. 그럼에도 피곤한 몸 일으켜 행복센터에 나와 공부한 삼승면 주민들의 열정에 베트남어 강좌가 중도에 중단하지 않고 계획했던 강의까지 모두 마쳤다. 대단한 의욕이다. 수강생들은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서로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냈다.
단단한 결속력, 그리고 무엇이든 도전적이고 높은 의욕을 보여주는 삼승면 주민들이 만든 또 하나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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