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마을공동체
꿈꾸는 마을공동체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4.25 10:22
  • 호수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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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윤 이
산외면 대원리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소풍을 다녀왔다. 봄이 가기 전 꽃구경을 실컷 하고 왔다. 물론 우리 마을에도 예쁜 꽃들이 지천이지만 마을에서는 보기 어려운 튤립 등의 외래종 꽃들을 보고 콧바람도 쐬고 왔다. 대부분의 마을들이 그렇겠지만 코로나 전에는 가끔 나들이를 가기도 했으나 코로나 후로는 갈 수 없었는데 올해는 어르신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모아 다녀왔다. 노인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1981년도에 서울 63빌딩에 갈 때만 해도 관광버스 2대에 꽉꽉 차서 다녀왔다고 한다.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보조의자에 앉아 가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마을공동체원들이 많았나 보다. 그때에는 지금의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이니 가구수도 많고 자녀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제는 가구수가 많지 않은 데다 거동이 불편하신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많아서 많이 가지는 못해 아쉬웠다. 
작년부터 행복마을 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리 마을은 어르신들과 2세대 가정, 귀농귀촌 가정들이 어색하고 데면데면하던 사이에서 조금은 친밀해지고 가까워졌다.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 모임을 하고 식사를 같이 하였는데 올해에도 매달 모여 마을 어르신들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4월 초에는 자장면을 만들어서 같이 먹었는데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하셨다. 5월에는 당신들이 맛있는 칼국수를 해주겠노라 하신다. 맛있는 나눔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주거니받거니 한다. 엊그제는 마을어르신이 정성스럽게 홑잎나물을 삶고 다듬어 주어서 맛있게 무쳐먹었다. 물론 나가서 먹는 게 편하고 더 맛있을 수도 있지만 맘을 다해 식사를 준비해 같이 밥 한 끼를 먹으면 먹기도 전에 배가 부르고, 정성과 사랑을 담은 음식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사람이 친해지려면 먼저 밥을 같이 먹으면 된다고 한다. 정말이다. 같이 밥 먹으면 정 난다. 
올해에는 행복마을 2차사업을 통해 어르신들과 장구도 배우고, 함께 식사를 준비해서 먹는 데 불편했던 씽크대를 바꾸고, 마을 연꽃정원의 다리를 수리하는 등 해야 할 일은 많다. 그리고 ‘풍경 있는 마을’ 사업에도 선정이 되어서 마을을 정원화하는 데 힘을 쏟으려고 한다. 지금도 다채로운 꽃과 나무들이 많지만 집집마다 작은 정원을 만들어서 마을 전체가 정원이 된다면 마을이 더욱 아름답고 활력이 넘칠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살고 싶어지는 마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쓰레기 분리수거나 관계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지만 마을공동체원 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고,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젊어서는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했다. 내 문제가 더 급했고, 가정의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마을 이웃들의 삶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더욱이 도시에서의 삶은 너무나 개인주의적인 삶이기 때문에 이웃들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오히려 무례함이 될 수 있었다. 각자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시골에서의 삶은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알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이웃들의 소식. 하나둘 노쇠해져 가고, 하늘나라로 가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살아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해드리고 싶고, 조금이라도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기도하게 된다. 귀농귀촌인들이 어쩌면 굴러들어온 돌일 수도 있지만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게 아니라 박힌 돌을 더 단단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굴러들어온 돌과 박힌 돌이 함께 모여 하나가 된다면 아담한 돌담이 될 수도 있고, 멋진 돌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르신들이 이 마을에 사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마을에 한 평의 땅도 갖고 있지 못한 분이 있지만 이 마을에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내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람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와 마음의 여유가 달라진다. 도시를 떠난 지 15년이 지나서인지 이제는 도시에서의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보기엔 불편해 보여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있어 좋다. 어떻게 보면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번거롭고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어르신들과 마을 이웃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고 싶다. 나만 잘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이러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외지인들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살고 싶고, 사는 이들도 자랑스러운 마을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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