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짝짓기
선거와 짝짓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4.04.11 09:25
  • 호수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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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동물의 짝짓기와 여러 가지로 닮았다. 고등한 지적 존재인 인간이 만든, 그것도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정치 제도를 고작 동물의 본능 행위와 비교하는 것이 기분이야 나쁘지만 말이다. 우선 둘 다 대단히 경제적이지 못하다. 사실은 말도 안 되게 비효율적이다. 우선 동물들은 짝짓기를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생존과는 관계없는 생식기관을 몸에 달고 성장해야 하며 오로지 좋은 짝을 찾기 위한 기능을 몸에 탑재하기도 한다. 밝은색을 띠거나, 화려한 깃털을 달거나, 필요 이상으로 큰 뿔을 매달기도 하는데, 대부분 천적의 눈에 띄기 쉬워서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짝짓기를 위한 수컷들 사이의 경쟁도 그렇다. 서로 협력해야 할 동료끼리 커다란 뿔이나 이빨로 상대 수컷을 공격해서 무리에서 몰아내거나, 심한 경우 다쳐 죽기도 하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따로 없다. 종족 전체의 안정적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말이다.


선거는 어떤가? 불과 4년, 혹은 5년을 두고 그야말로 온 사회가 들썩거린다. 선거를 위해서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공휴일로 지정해서 국가 전체의 생산활동을 멈춘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기존의 리더가 이끌던 체제는 상당 기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호흡만으로 버티게 되고, 새로운 리더가 들어서면 그의 방향에 적응하기 위해 일정 기간을 준비한다. 대선으로 치자면 5년의 임기 중에 대략 1년 정도는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지닌 에너지의 20%가 오로지 선거라는 제도 때문에 낭비되는 셈이다.


동물의 짝짓기에 비해 훨씬 경제적인 생식 방법을 택한 것도 있다. 식물도 대부분 수분(짝짓기)에 의한 양성생식을 하지만, 그중에 일부는 제 몸을 나누어 개체를 불리는 영양번식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감자나 마늘, 딸기, 그리고 수선화나 튤립, 대나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녀석들은 자신의 몸을 키워 나누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개 체를 늘린다. 이보다 더 쉬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부모가 지닌 바이러스까지 복붙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에러가 누적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변화에 적응할 새로운 유전자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기후든 생태계든 환경이 변하면 전체가 전멸할 수도 있다. 그걸 피하려고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느라 에너지를 투자하고, 동물은 짝짓기를 위해 온갖 위험과 에너지 낭비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모인 집단을 유지하려면 리더가 필요한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 사람을 정해놓고 평생, 그리고 대를 이어 통치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오랫동안 써 보니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왕과 귀족이 자신을 위해 전체 구성원을 착취하는 일이 많은 데다가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구성원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곤 했다. 게다가 빠른 기술발전으로 세상이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안정성보다는 역동성이 더 필요해 졌다. 경험 있는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통치하는 것보다, 구성원들이 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관과 시스템들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해졌다는 말이다. 그런데 제대로 역동성을 만들기 위한 조건이 하나 있다. 선거가 우리 사회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절차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훌륭한 사람, 호감 가는 사람을 뽑아놓고 모든 걸 알아서 통치해 달라는 것은 위험하고 안일한 방법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 정책이 나와 후손에게 유리한지 아닌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는 것이 맞다. 


우리는 이제 막 하나의 선거를 끝냈다. 우리 사회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역동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이도, 아쉬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다음 선거를 위해서 기억하자. 선거는 사람을 뽑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 다시 말하면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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