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인문화재야행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의 큰 흠은 사람이 만든게 아니라 자연이 만들었다. 바로 비다. 지난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 내내 비가 내려 방문희망자들의 발길도 되돌리게 했고 행사장을 찾았어도 회인의 색깔, 향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했다.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했는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비가 방해세력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회인문화재 야행사업은 역사가 깊고 지역 고유의 문화가 숨쉬는 회인지역을 외부에 널리 소개하는 소재가 된 것은 분명하다.
회인문화재 야행사업은 단순하다. 우리고장의 무형문화재의 전시 및 시연, 체험 프로그램과 인산객사, 사직단, 내아, 회인향교, 회인양조장, 그리고 눌곡리 풍림정사에서의 체험과 놀이 등으로 구성됐다. 청사초롱으로 골목의 어둠을 몰아내고 사직단에 둥근 보름달을 만들어 띄웠을 뿐이다.
또 회인초등학교 뒤쪽 망골에 키 작은 해바라기 등으로 꽃밭을 조성하고 문화재 네온사인을 설치 미션투어 구간 구역을 설치하는 등 회인골 속속 사람들이 발길이 닿을 수 있도록 야행거리를 구성했다.
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의 만족도도 높은 가운데 이번 야행을 경험하면서 지역적인 소재를 더 많이 발굴하고 이를 야행상품으로 특화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가장 큰 아쉬움은 구한말 또는 대한제국시절 시대를 알 수 있는 문화가 사장된 것이다. 1906년에 설립, 117주년인 군내 가장 오래된 회인초등학교는 야행상품으로 포함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교직원, 학부모의 동의 등의 절차를 가쳐야 하지만 아파트 숲속에 자리한 도시의 그것과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 만으로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100주년 기념관도 갖춘 회인초등학교는 건물은 문화재가 아니지만 그 역사성이나 학풍, 그리고 느티나무, 연꽃정원, 표지석 등에서 학교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문화재 네온사인 구역에 조성한 꽃밭은 해바라기 등 대신 메밀꽃을 조성했다면 주변경관과 훨씬 더 잘 어울리고 야행 소재로도 실효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달빛을 받은 하얀 메밀꽃은 하얀네온사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지역의 뛰어난 풍광을 팔경으로 손꼽아 노래했는데 회인팔경을 끌어들였다면 야행상품이 더 풍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회인팔경 첫째는 아미산성(매곡산성)에 걸려있는 조각달을 의미하는 아미반월(蛾眉半月), 두 번째는 밤샘 시냇가에서 밤고기를 잡는 광경인 남계어화(南溪漁火), 북수청풍(北藪淸風), 옥녀봉에서 거문고를 뜯는 모습을 말하는 옥녀탄금(玉女彈琴), 금수단풍(錦繡丹楓), 송정백학(松亭白鶴), 일곱 번째 사직취송(社稷翠松), 여덟 번째 부수단하(富壽丹霞)를 꼽는다.
회인팔경을 야간 풍경으로 보강하고 또 포토존 조성, 회인팔경 관련 퀴즈풀기, 조명 불 밝히는 봉수체험, 보부상을 이겨라 상품보다 더 크게 회인 한바퀴코스를 정하고 도보탐방을 하면서 각 지점별 스템프 인증받기 등과 같이 콘텐츠로도 보강하면 회인 문화재 야행사업은 보다 풍부하게 진행돼 볼거리와 체험거리도 다양해질 것이다.
또한 별보고 밤자리도 회인중학교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회인장터는 장날이 아니더라도 회인장 뿐만 아니라 군내 전역에서 농민이 참가하는 로컬푸드 낮장 또는 야행장을 만들어 운영하면 회인야행을 보은군으로 참여 효과로 확대되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보활동은 보은 육아맘카페나 각 초등학교에 공문을 시행 홍보하고 청주 초등학교나 육아맘카페 등에 등재해 홍보하면 외부 손님들에게 흥미로운 탐방거리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야행에서 만난 군내 모 초등학교 학부모는 “학교에 공문을 시행하고 학부모들에게 알림장으로 전달했다면 자녀들과 함께 가족들이 찾았을 좋은 상품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멈춘 곳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회인 거리에서 역사기행을 만끽하는 회인문화재 야행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117년 역사의 회인초, 아미반월 등 회인팔경 재현 등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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