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길어져 100세를 넘기는 것이 드물지가 않아. 하지만 스스로 대소변을 해결하며 100세를 보내는 노인은 많지 않다.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거나 치매, 중풍 등으로 질환을 앓아서 노년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보내다 사후에나 요양원 밖으로 나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건강하게 100세를 맞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또 맞벌이나 사는 여건에 따라 부모를 모시지 못해 홀로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는 것도 흔한 가정의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100세인 내북면 적음리 하재임 할머니는 정말 복을 받은 어르신이다. 건강한데다 스스로 자기 몸을 건사할 정도로 깔끔하다. 아들, 며느리, 딸, 손자들 까지 효성이 지극한데다 장남부부의 봉양을 받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또 고관절도 다쳐 자손들의 걱정이 컸는데, 마른 체형인데도 건강 체질인지 하재임 어르신은 코로나 치료를 잘 받고 또 고관절 수술도 잘 받아 건강하게, 무사히 적음리 자택으로 귀향했다. 할머니가 고령이어서 불안해했던 자손들이 “휴”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하재임 어르신의 100세 잔치를 자손들은 더욱 기다렸고 할머니와 다시 없을 큰 추억을 만들었다.
지난 6월 4일 하재임 어르신의 100세 잔치가 적음리 자택에서 열렸다. 장남인 적음리 송인우(68) 이장과 며느리 내북면풍물회 박부이 회장 등 자손들은 친지들을 초청해 하재임 어르신의 100세 잔치를 함께 즐겼다.
하재임 할머니 슬하에 2남 5녀와 손자 손녀, 그리고 증손자, 증손녀들도 참석해 하재임 어르신에게 절하고 건강을 기원했다.
장남 송인우 이장은 “어머니가 건강하게 장수하셔서 아들로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모시겠습니다”고 절하고 하객들에게는 “저의 어머니 10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날 예술가적인 소질이 다분해 이나경 누리봄예술단에서 고고장구를 치는 맏며느리 박부이씨는 예술단원들과 함께 참가한 하객들에게 감사의 답례 공연을 펼쳐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재임 어르신은 청주시 용암동 출신으로 15살 때인 1938년 외삼촌 중매로 남편 송무영씨와 혼인했다. 현재 슬하에 둔 큰딸, 둘째 인숙(78, 딸), 셋째 채영(74, 딸), 넷째 인우(68, 내북 적음 이장), 다섯째 인복(65, 딸) 여섯째 유정(63, 딸), 일곱째 인신(59, 창리 방앗간)이 결혼해 손자 손녀와 증손까지 후손이 이어져 40명에 가까운 자손들이 다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있다.
성정이 온화하고 인자한 하재임 어르신의 남편 송무영씨도 인자하고 동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커서 모내기를 하더라도 동생의 모내기를 먼저 끝낸 다음에 자신의 모내기를 할 정도로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끔찍했다.
그런 남편의 성정을 잘 아는 하재임 어르신도 부창부수였다. 시동생이 일찍 작고해 동서 홀로 자녀들을 건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동서와 함께 조카들도 잘 돌봐 바르게 성장하도록 했다. 하재임 어르신은 자신의 자녀들과 층을 두지 않고 키웠다.
자녀들도 부모의 본을 받아서 사촌들과 형제처럼 남다른 우애를 자랑하며 컸다. 그 우애는 지금도 돈독하다. 이날 하재임 할머니의 상수연에는 하재임 할머니의 돌봄을 받은 조카들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절하며 큰어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맏며느리 박부이씨는 “맘 편하게 해드리고 어머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사회활동을 많이 하기때문에 항상 출필고(出必告) 반필면(反必面)한다. 어머니는 내가 집에 와야만 주무시는데 일을 늦게 마칠 일정이면 사전에 늦는다고 고하면 어머님이 걱정하지 않으신다. 항상 어머니의 입장에서 행동을 하니까 불편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박부이씨는 또 “어머니는 소식(少食)을 하신다. 김밥도 잘 드시지만 부드러운 음식을 잘 잡수신다. 그래서 무엇이든 잘게 썰어서 드리고 고기도 국물 위주로 드리는데 잘 잡수신다”고 덧붙였다.
아침 6시경 일어나 저녁 10시경 잠자리에 드는 하 할머니의 철저한 자기관리는 17년간 이장을 맡았다가 최근 다시 이장을 맡은 아들 송인우씨와 내북면풍물회에서 20년이상 활동하고 회장도 맡고 있는 등 바쁜 며느리 박부이씨의 걱정을 덜어준다.
장남(송인우) 부부는 임대농지까지 7만여평에서 벼와 인삼, 옥수수, 고추를 재배하고 한우 100여마리를 사육하는 대농이다. 명절 두 번과 제사 또는 부모님 생일까지 1년 서너차례 보는 것이 요즘 세태인 것과 달리 하재임 어르신은 매일 작은 손자를 만나는 것도 하루의 즐거움이다.
100세 하재임 어르신은 상수연 이후 다시 한 살의 생활을 시작했다. 어르신은 물론 자녀들도 복을 받고 있는 하재임 어르신 가정을 보며 ‘다복’이라는 단어가 절실하게 다가왔다. 하재임 어르신의 건강을 기원하며 상수(上壽)연회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