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대덕구와 동구에 걸쳐있는 계족산(423m)은 이름처럼 산줄기가 사방으로 뻗쳐있다. 높지는 않지만 약 16㎞에 걸쳐 뻗어 있는 산줄기와 계곡을 품고 있어 대전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정상부근에는 국가사적 355호로 지정되어 있는 계족산성이 복원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고분군, 절터, 가마터 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이런 계족산에는 대전광역시가 1994년부터 점차로 조성한 약 35㎞의 임도가 있었다. 2007년 대전·충남을 연고로 하고 있는 주류회사인 (주)선양에서 계족산 7~8부 능선에 있는 순환임도 약 13㎞ 구간에 황토를 포설하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해 각종 걷기 및 마라톤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대전시내에서 신탄진 방향으로 향하다가 농산물유통공사 회덕물물류센터 직전 우측으로 꺾으면 대덕구 예비군훈련장과 장동고개를 지난 장동삼거리가 나온다. 이곳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500m를 가면 장동산림욕장 입구가 보인다.
#임도에 황토를 깔면서 전국 명소로
장동산림욕장을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띠는 것이 에어펌프와 세족시설이다. 황톳길을 걸은 주민들이 발과 옷, 신발 등에 묻은 황토나 먼지를 털어 내거나 씻을 수 있도록 준비해놓았다. 주민들을 위한 행정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를 느끼게 해준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초입부터 황톳길이 조성되어 있다. 약 6m 폭의 등산로에 절반인 1.5~2m정도를 황톳길을 깔았다. 마음이 급한 등산객들은 초입부터 신발을 벗고 황톳길을 걷기 시작한다. 당초 황톳길은 계족산 7~8부 능선에 조성되어 있는 약 13㎞의 순환임도에만 조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등산이 시작되는 초입인 장동산림욕장부터 황톳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민원을 수용해 장동산림욕장을 둘러싼 약 3㎞ 등산로에도 황토가 깔리게 됐다.
제법 이마에 땀이 흐를 때 쯤, 왁자지껄한 소리가 난다. 장동산림욕장 내 계곡에 마련된 물놀이장이다. 가족단위 피서객 100여명이 시원한 계곡 물속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물놀이장 바로 위에는 약 2천평이 넘는 사방댐이 조성되어 있고, 사방댐 둘레에는 나무데크로 관찰로를 만들어 놓아 수생식물들을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황톳길 순환임도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약 1.5㎞의 등산로 주변에는 체육공원, 발바닥지압길, 벤치, 쉼터, 산림욕 평상, 전시 미술품 등 각종 편의시설이 눈에 띤다. 날이 더워 체육공원에서 운동하는 주민들은 눈에 띠지 않았지만, 평일임에도 물놀이 피서객, 평상에 누워 산림욕을 하는 주민, 쉼터에 앉아 쉬고 있는 등산객들은 상당히 많다.
장동산림욕장 등산로가 끝나고 드디어 계족산임도 황톳길 13㎞가 시작된다. 등산화를 벗고 황톳길을 느껴보기로 했다. 부드러운 촉감이 좋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시원하면서 약간은 미끄러운 느낌이다. 등산로가 대부분 그늘이라서 이런 느낌이 계속되지만, 이따금 햇볕이 들어오는 곳은 황토가 굳어 딱딱한 맨땅이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등산로는 경사가 비교적 심했으나, 황토가 포설된 순환임도는 경사가 완만하다. 어린 아이 손을 잡고 황톳길을 걷는 가족들과 젊은 대학생 커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띤다.
황톳길 순환임도는 계족산성을 둘러싸고 조성되어 있다. 순환임도 곳곳에서 계족산성을 오를 수가 있다. 가파르고 다소 험한 등산로를 따라 정상 쪽으로 약 500m를 올라가면 삼국시대 조성된 계족산성을 만날 수 있다. 약 25분간 많은 땀을 흘리면서 올라가 만난 계족산성은 축성방식, 축성시기 등 여러 면에서 보은의 삼년산성과 닮은 모습이었다. 계족산성에서는 동춘당, 대청호, 등 대전광역시 곳곳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덕구민, 대전시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황톳길 순환임도를 찾는 인구가 1년에 30만명에 달하고 있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와 황톳길을 걸어보고 자신의 블로그에 산행기를 올리고 있다. 굳이 대전시나 대덕구가 홍보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지난 5월 15일에는 (주)선양에서 주최한 '2011년 맨발걷기대회’가 열려 전국 각지 및 해외 37개국에서 온 남녀노소 1만2천명이 황톳길을 걸으며 행복과 여유를 즐겼다. 이 행사는 2006년부터 시작하여 6회째를 맞고 있는데, 전국은 물론 해외까지 이름이 알려졌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나아가 해외에도 알려진 황톳길이지만, 좋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흙길이나 고운 마사토가 깔린 등산로를 선호하는 주민들은 봄굙가을에 질척거리는 황토를 싫어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장동산림욕장부터 순환임도사이 등산로는 경사가 심해 비만 오면 유실된 황토가 장동산림욕장 내 계곡물을 온통 흙탕물로 만들어 물놀이객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비가 그치면 황토가 유실된 등산로나 임도에 다시 황토를 포설하는 작업도 반복되는 문제로 남아 있다.
대덕구 홍영의 녹지담당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 같아, 순환임도까지 오르내리는 등산로에 깔려있는 황토는 점차 제거해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서 "만일 임도에 황토를 포설한다면, 물의 흐름을 잘 살펴서 황토가 유실되는 것을 막고 하류의 물놀이 시설 및 사방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톳길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몸에 건강을 선물하고, 숲 사이로 간간이 파랗게 와 닿은 대청호는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기분이다. 쉬엄쉬엄 약 4시간이 걸려 약 13㎞의 황톳길을 걸은 몸은 날아갈 듯 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