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정선 판아리랑, 장날마다 상설공연 관객들 객석 가득
⑧정선 판아리랑, 장날마다 상설공연 관객들 객석 가득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7.11.23 11:08
  • 호수 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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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 오지임에도 볼거리 있으니 주말마다 외지인들 불러모아

 충북을 대표하는 관광지 속리산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다.

대형버스 터미널에서 하차한 후 법주사나 문장대를 등반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행렬이 넓은 도로를 가득 메워 산을 보는 것인지 사람을 보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하지만 잊혀버린 관광지가 된 속리산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지정 순위를 보면 1호 지리산(1967년), 2호 경주(1968년), 3호 계룡산(1968년), 4호 한려해상(1968년)이고 6호인 속리산은 5호인 설악산과 같은 해인 1970년 3월 24일 지정됐다. 현재 22곳의 국립공원 중 속리산의 역사성이 무색하리만치 쇠퇴해 버렸다. 급기야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이 꼭 가봐야할 한국 관광 100선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충북에서는 속리산과 단양팔경, 괴산 산막이 옛길이 선정됐었으나 올해는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선정됐고, 단양팔경은 연속 3회, 괴산 산막이 옛길은 2회 연속 선정됐다.

관광트렌드 및 관광객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속리산의 실상으로 보면 탈락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현재 보은군의 관광정책으로 보면 속리산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관광 100선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데도 난망(難忘)하는 분위기이다.

속리산은 보은군의 대표먹거리, 지속가능한 미래식량이다. 불과 2, 30년 전만 해도 잘나갔던 속리산의 모습과 2, 30년을 지나오는 동안 추락한 관광지로 변한 속리산, 살리지 못한 숨은 매력을 재 발굴, 관광보은의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선진 사례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본다.

글싣는 순서

▷속리산의 화려했던 명성, 그땐 그랬다

▷속리산의 화려했던 명성, 그러나 지금은

▷지역 관광상품과 타 지역 관광상품 비교 보도

 사라진 속리산 황톳길: 100선에 선정된 계족산 황톳길

  형식에 그치는 속리산 산신제: 유네스코 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

  없어진 속리산 법주사 탑돌이 : 무형문화재된 월정사 탑돌이

  없어진 속리산 세조 어가행렬 : 수원 정조대왕 능행차 재연

 단발성 속리산송이놀이 : 상설공연 안동 하회 별신굿

▶판 못키우는 송이놀이 : 5일장 상설공연 정선 판 아리랑

▷관광선진지 단양군 탐방

▷속리산 명성 부활대책Ⅰ

▷속리산 명성 부활대책Ⅱ

산 넘어 산, 또 산 넘어 산, 겹겹이 펼쳐진 산자락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백두대간 중심에 위치한 강원도 정선은 첩첩이 그것도 아주 높은 산에 둘러싸인 곳이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정선 땅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아찔한 비행기재를 위태롭게 넘어가야 했다"고 묘사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나흘 동안 길을 걸었는데도 하늘과 해를 볼 수 없었다"며 정선의 험한 산세를 이야기했을 정도로 정선은 오지 중의 오지다. 4차선 국도 뚫리는 등 도로교통여건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정선은 두메산골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읍내라고 해봐야 마로면 소재지인 관기리나 삼승면 소재지인 원남리 정도에 불과해보였다. 고층의 아파트가 몇 채 있을 뿐 번화가라고 느껴지는 곳도 없었다. 정선읍에 비하면 보은읍은 도시로 느껴졌다.

그렇게 멀고 찾아가기 힘든 산간오지인데도 연간 정선군을 찾는 관광객이 7, 8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선군은 자연관광자원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정선의 자랑거리인 아리랑 콘텐츠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정선군이 아리랑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문화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소중한 자원이 있는데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보은군은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

울창한 산속의 나무를 베고 콘크리트 처바른 건물이 들어선다고 해서, 한옥이 들어선다고 해서, 초가가 들어선다고 해서 관광객이 찾는 것이 아닐텐데 보은군은 여전히 하드웨어적인 요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이놀이라는 훌륭한 콘텐츠가 있는데도 사장시키고 방치하고 있는 보은군과 달리 정선군은 수준높은 아리랑 공연을 선보이며 외지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정선의 모든 것은 아리랑으로 통한다

하늘 아래 첫 동네 강원도 정선 땅은 한민족의 대표민요인 아리랑의 발상지이다. 먼 옛날 이곳에서 태어난 이리랑 가락은 강줄기를 따라 산고개를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은 경복궁 중수를 위해 강원도의 나무를 한양으로 실어날랐다. 정선의 아우라지는 바로 강원도 일대에서 벌목한 목재를 1천리 물길을 따라 한양까지 운반하는 출발점이었다. 정선지역 인부들은 삶의 고단함과 애절함을 덜기 위해 정선아리랑을 흥얼거렸고 전국에서 온 인부들도 정선아리랑을 따라 불렀다. 1865년부터 1872년까지 계속된 경복궁 중수에 동원된 전국의 인부들이 부역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 현지에 맞게 변이시켰다는 설이 있다.

정선아리랑의 가사는 채록된 것만 해도 5천500여수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정선아리랑은 정선 사람들의 삶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노랫말은 어린 신랑에게 시집온 처녀의 신세 한탄부터 시집살이의 고단함, 늙은 남편에 대한 원망 등 다양한 가사가 있는데, 주제에 따라 수심편, 산수편, 애정편, 처세편, 무사편, 뗏목편과 같이 분류한다.

이중에서 애정편의 무대가 바로 여량의 아우라지다. 폭우로 물이 불어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여량 처녀와 유천리 총각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노랫말을 근거로 애정편의 무대인 아우라지에는 여랑 처녀상 조각품이 설치돼 있기도 하다.

아리랑의 발상지인 정선군은 1976년 정선아리랑제를 열고 전국 최초로 민요비인 정선 아리랑비를 건립했다 또 국내 유일의 아리랑 전문 공연장인 아리랑센터와 아리랑 박물관이 건립됐으며 아우라지변에는 아리랑 전수관도 설치하는 등 곳곳에 아리랑 유적, 유물 등으로 아리랑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또 사라질 수도 있는 노래 보전을 위해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해놓고 70여명이 전승보존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중 기능 보유자 4명, 전수 교육 조교 6명, 전수교육 이수자, 전수 장학생들이 전승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유아, 초중 학생들에게는 1주일에 2시간씩 정선아리랑 이수자들이 정선아리랑을 가르치는 아리랑 꿈나무예술단사업단을 추진해 미래세대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판아리랑 상설공연장 관객들로 북적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이다. 정선군은 아리랑의 세계화는 물론 정선아리랑이 세계 속의 아리랑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국비 20억원과 도비 20억원을 지원받고 군비 194억원과 기금 99억원 총 330억원이 투입된 아리랑 센터를 개관했다. 공연을 할 수 있는 아리랑홀과 국내외 아리랑 관련 영상 및 각종 음원, 역사자료 등이 전시된 상설 전시관 및 기획전시실 등을 갖춘 아리랑박물관이 있다. 또 연접한 곳에 아리랑 공원도 조성돼 있다.

아리랑홀에서는 매달 2일과 7일 정선 5일장날마다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원들이 펼치는 정선 판아리랑을 상설 공연하고 있다.

정선 판아리랑 공연은 한 편의 뮤지컬 공연같다. 첩첩산골 정선에서 펼치는 공연이라고 해서 수준이하로 얕잡아보면 큰 코 다친다.

뗏목으로 목재를 실어나는 장면은 실제 아우라지 동강에서 촬영한 영상을 바탕화면으로 띄워 배경을 현실감있게 구성하고 실력이 출중한 예술단원들이 소리와 연기를 펼치고, 대한민국 최고의 연희단 팔산대가 펼치는 신명나는 농악이 어우러져 판 아리랑 공연은 한 판 대동제를 즐긴 느낌이 들 정도다.

연희단 중에는 정선초등학교 2학년인 어린이가 눈길을 끈다. 어른들 틈에서 소고를 치며 상모를 돌리고 연풍대(일명 자반 뒤집기)를 하는 등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고난이도의 공연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환호를 한 몸에 받는다.

이같이 어린이조차도 고품격의 공연을 선보이는 판아리랑의 공연은 입장료로 내는 5천원이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공연을 참 잘한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600석 규모를 갖춘 홀은 장날이 주말이나 휴일인 경우 여지없이 만석을 이룰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

서울에서 왔다는 권혁기(52, 교사)씨는 공연을 본 소감에 대해 "구성지고 마음에 와닿는 공연이었고 우리의 역사, 민족성을 되살리는 공연이었다"고 호평했다.

■전문성 기반 정선아리랑재단 운영

정선군은 아리랑센터 운영, 전문성을 요하는 예술단공연 등의 효율 및 품격을 더욱 높이가 위해 2008년 정선아리랑 재단을 만들었다. 파견 공무원 3명 외에 나머지 10명은 공개모집으로 선발했는데 정선군민 5명, 외부인(전문가) 5명으로 조직돼 있다. 전문성을 갖춘 재단운영으로정선아리랑의 공연 및 홍보활동은 더욱 내실을 기할 수 있었다.

공연을 담당하는 예술단은 총 38명이다. 이중 정선군민 37명, 서울 1명(감독)으로 정선군민 위주로 운영되고 있고 상임(10명)과 비상임28명)이 있다. 공연 등을 담당하는 군립예술단은 공개적으로 2년마다 오디션을 실시해 기존 단원이 탈락하기도 하는 등 단원들의 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예술단 중 아리랑 소리꾼은 아리랑 부르면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된 후 결혼해서도 계속 지역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들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죽 정선아리랑을 노래하고 정선아리랑을 위해 서울예대를 진학했을 정도로 정선아리랑에 대한 자부심, 책임감을 갖고 있는 최유진(26)씨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정선아리랑을 배워 그것이 몸에 배어 있어요. 대학에서 전공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예술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연예인 등으로 나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저는 원래 정선아리랑을 위한 진로여서 후회하지 않아요. 아리랑 공연이 재미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군립예술단 홍동주 수석단장도 토박이 정선 군민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예술단에 들어가 비상임 수석단장으로 활동하는데 무대에서 아리랑공연을 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며 "정선아리랑의 전숭 보전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내년 아리랑오페라 공연

장날 공연하는 판아리랑 공연은 매히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아리랑극 공연의 시초는 2000년이다. 정선군이 응모한 새천년 문화관광 상설 프로그램이 문화관광부로부터 선정, 정선군은 연극과 접목시켜 이듬해 '아! 정선 정선아리랑' 공연을 했다. 이후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는데, 그동안 신들의 소리, 아우라지, 거칠현, 아리랑고개 넘어, 정선아리랑 소리공연, 메나리, 아라리, 봄봄, 판아리랑 등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950여회 공연을 하는 동안 아리랑극 공연은 고품격 평가를 받았다.

또 태국, 일본 오사카, 도쿄, 크로아티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베트남, 미국,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도 공연, 지구촌 곳곳에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한편 정선군은 현재 공연 중인 판아리랑은 내년 2월까지 공연하고 9월부터는 창극 아리랑로드 공연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내년 공연계획인 오페라는 지난해 지역주민 300여명과 전문 아티스트 50여명이 출연해 선보인바 있다. 정선군은 군립아리랑예술단의 연출가를 교체하고 전문 뮤지컬 단원과 정선군민을 중심으로 공연단을 구성하고 타악엸록엸오페라 등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정선아리랑극 공연을 선보인다는 것. 오페라에 참여할 출연진 25명과 스텝 10명 등 총 35명도 공개모집도 끝냈다.

연출가는 "현대 공연화두인 체험화를 위해 정선아리랑 소리를 다양한 모습으로 감각화하고 다양한 예술인을 기용해 퍼포먼스를 시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의 소리, 세계의 소리인 정선아리랑 공연으로 세계화는 물론 국내 최고의 아리랑 수도로 자리매김한다는 정선군의 계획은 산간 오지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매개체가 되고 관광산업으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120여만명의 대전시와 30여만명의 세종시, 80여만명의 청주시가 배후이고 교통접근성이 훨씬 좋은 보은도 관광산업의 씨앗을 어디에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뿌릴 것인지 심도있는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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